[STOP! 노화] 2. 사르데냐의 장수비밀

중앙일보의 'STOP! 노화'특별취재팀은 국내에는 안 알려졌지만 세계의 대표적 장수촌인 이탈리아 중서부 사르데냐섬을 찾았다.

사르데냐인이 1백세 이상 살 가능성은 다른 서구인의 거의 두배에 달한다. 이곳에선 1백만명당 1백36명이 백세인(1백년 이상 산 사람)으로 등록된다(서구 평균은 75명).

최근 사르데냐에는 각국에서 장수 연구 학자들이 몰리고 있다. 유전적인 동질성, 출생기록의 정확성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사르데냐 섬 사사리에서 만난 80대 후반 남성 지오반니 푸츠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대뜸 "모레노 심판 때문에 월드컵때 한국에 졌다"며 흥분했다.

그리곤 파울로 로시 등 흘러간 이탈리아 축구스타들에 대한 정확한 기억력을 노인답지 않게 과시했다.

올비아의 택시기사 안토니오 니두(71)는 "아직도 살 날이 30년은 더 남았다"며 "사르데냐의 남성은 조상(유전자).하늘(공기).음식 덕분에 90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다

사르데냐는 2백22명의 백세인이 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1999년 이후 뜨기 시작한 '신흥(新興)'장수촌이다. 기네스북이 2001년 '세계 최고령자'로 명시한 안토니오 토데(2001년 작고)를 비롯, 지난달 말 1백12번째 생일을 맞은 지오반니 프라우(세계 셋째 고령자) 등이 이곳 출신이다.

세계 최고령자 40명 가운데 5명이 사르데냐에서 살고 있다. 아직 공인되지는 않았으나 20세기 초에 사망한 한 사르데냐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1백24세)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아케아 프로젝트(사르데냐 백세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수행해온 사사리대학 피에트로 파스키노 박사는 "이곳 주민들은 신선한 공기.시골생활.지하수.우유.친인척들과 나누는 관심과 보살핌.모든 일에 절제하는 태도 등이 장수 비결이라고 규정한다"며 "식사도중 포도주를 한두 잔 마시는 것이 장수에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덧붙여 낙천적 성격의 유전자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시골생활을 꼽는다.

사르데냐의 산악지역인 누오로에선 1백만명당 2백44명이 1백세 이상이다.

사르데냐는 또 남성 백세인.장수자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백세인의 남녀비율이 1대 2(서구 평균은 1대 5)로 세계의 어느 곳도 따라오지 못한다. 누오로지역에선 1대 1.1이다.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남성의 평균수명(85세)이 여성(80대 초반)보다 높은 곳이기도 하다.

◇면역능력 길러야 장수

면역능력(병에 대한 저항성)이 클수록 오래 사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면역능력은 T세포.B세포.대식(大食)세포 등 주로 세 가지 '무기'를 통해 발휘된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연구팀은 사르데냐 백세인을 조사한 후 나이를 먹으면 T세포.B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세균 등 이물질을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기능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르데냐 연구 결과 환갑이 지난 60,70대가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1백세는 환갑부터 준비해도 늦지않다는 것. 대식세포를 강화하려면 포도주.토마토.올리브유 등 항산화(抗酸化)식품을 즐겨 먹고 적절한 운동, 지속적인 노동, 스트레스를 가급적 안 받고 즐겁게 사는 생활자세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인지 사르데냐 남성들은 80세 이후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사망률을 보인다.

◇남성 장수인이 여성보다 건강

남성 백세인은 대체로 여성 백세인보다 건강하게 지낸다. 이를 근거로 볼로냐대학 클라우디오 프란체스키 교수는 "남성의 장수는 유전자, 여성의 장수는 생활습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분석한다.

사사리대학 시리아코 카루 교수는 "유전자가 남성의 장수를 좌우한다는 좋은 사례가 사르데냐 브룬두 형제(각각 1백3세.1백1세)"라며 "이 형제는 평소 건강상태가 크게 차이났지만 둘다 백세인이 됐다"고 말했다.

남성의 성(性)염색체인 Y염색체에서 일어난 어떤 변이가 장수의 비결일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아케아 프로젝트팀은 Y염색체 위에 있을 미지의 장수 유전자 찾기에 나서고 있다.